칼럼) 현대시 제대로 읽는법 + 21 6월 산상의 노래
이번 6월 모의고사 23번 문제입니다.
(혹시 6모 안 푸시고 이거 보시는 분은 없겠죠...?)
첫째로, 이 시는 [A]와 [B]에서 수미상관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혹시 이게 수미상관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15 B형 9월에서 「고고」가 첫 연과 끝 연이 그리 비슷하지 않음에도
선지에서 수미상관이 옳은 시였다는 점을 알아두세요!
어쨌든, 6모의 23번 문제는 직접적이진 않지만 수미상관의 구조를 물어봅니다.
수미상관이 적용된 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수(처음)와 미(마지막)에서 '무엇이 달라졌는가'입니다.
23번 문제의 다섯 선지 모두 처음과 끝에서 달라진 화자의 태도를 물어보고 있구요.
특히나 1번 선지의 경우 시에서의 변화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결국은 '변화'가 어디서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첫 연과 마지막 연을 보면, '낡은 고목'이 '맑은 바람'으로, '울어 왔는가'가 '노래하는가'로 바뀌죠.
뭔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인지하고 시를 읽어야 합니다.
변화는 2연에서 바로 시작됩니다.
1연의 '긴 밤'이 '아침'으로 변화했고,
'종소리'가 들립니다.
'종소리'는 어떤 상황에 들리나요?
학교에서 수업시간이 쉬는 시간으로 바뀔 때,
자다가 일어나야 할 때,
2019년에서 2020년이 될 때.
즉,
'종소리'는'변화'를 상징합니다.
이 시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또 다른 고향」에서 '개 짖는 소리'같은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시를 제대로 읽으려면 '상징'에 대해 대략은 알아야 합니다.
물론 요즘 수능 국어에서 상징을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2004년도 언어 영역에서 상징을 물어보다가 최초로 복수정답이 나온 이후로
평가원에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기 위해 물어보지 않는 것이죠.
간혹 상징을 물어보는 경우에도
여러 훌륭한 국어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듯
'확실히 아닌 것'을 걸러내고 '객관적으로 맞는 것'을 찾으면 됩니다.
당장 23번 문제의 경우에도 '사양하라'는 대상이 '지향점'이라는 선지는 객관적으로 틀린 것입니다.
그러나, '시를 틀릴 수도 있는 실력'에서 '시를 확실히 맞히는 실력'이 되기 위해서는
상징을 어느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거울'이라는 단어에는
①비춘다 ②닦는다 ③깨진다 세 가지 상징이 있습니다.
①비춘다의 상징을 알아야 '거울'이 자기 인식과 반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거울이 나오는 시에서 이를 모른다면 내용일치나 수사법 정도를 물어보는 문제에서도
헷갈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에서도, 2연에서 바로 변화를 찾지 못했다면
'이제 눈감아도', '환히 트이는 이마 우',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정도에서 변화를 찾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햇살이나 아침에 대한 상징을 알아야 하고(이건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피'가
①생명력 ②저항 ③희생 등의 상징이 있다는 점을 모른다면
이것이 긍정적인 변화임을 인지하기 힘듭니다.
결론적으로, 요즘의 문제를 푸는 것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판단 능력만 있어도 무리가 없으나
독해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상징을 가르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수만개의 단어에는 수억개의 상징이 있고
작가는 이를 때때로 비틀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대상을 시에서는 부정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죠.
('종소리'도, 시대상에 따라 억압과 통제의 상징으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작년 수능 '월선헌' 사태를 아신다면
뭔가 정형화된 해설과 의미를 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실 겁니다.
결국 제가 말하는 '상징' 공부는, 다양한 상징과 일반적 해석을 배우고
그걸 통해서 처음 보는 시어에서도 상징을 추론하고
그 추론에 매몰되지 않은채 객관적으로 선지를 골라내는 법을 아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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